AI 기본법 시행, 무엇이 바뀌나 — 한국·EU 규제 동시 가동 | 주간 AI 브리핑
한국의 개정 AI기본법이 지난 7월 21일 시행되고 8월부터 공공조달 우대가 시작되면서, EU도 8월 2일 AI 투명성 의무를 발효시켰다. 한국과 유럽이 거의 동시에 'AI에도 규칙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규제라고 하면 기업만의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AI 챗봇과 AI가 만든 콘텐츠에 직접 영향을 준다. 이 글에서는 한국과 EU에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일반 이용자 눈높이로 정리하고, 이 규칙들이 실제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짚어본다.
한국 AI기본법, 무엇이 시행됐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AI 제품·서비스 확인 제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일정 기준을 충족한 AI 제품을 확인해 주고, 이 확인을 받으면 공공기관이 물품을 살 때(공공조달) 기술 점수에서 가점(1.5점)을 받는다. 기업으로선 정부가 붙여주는 일종의 '품질 인증'인 셈이라, 초기 시장을 정부 발주로 키우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용자 보호 쪽 변화도 있다. 'AI 취약계층'의 범위에 경력보유여성과 구직자가 새로 포함돼, 이들을 위한 이용 비용 지원과 교육 근거가 마련됐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임을 알리도록 하는 방향의 의무도 법의 큰 틀에 담겨, AI 콘텐츠의 '출처 표시'가 점차 상식이 되는 흐름이다. 국내법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7월 14일 통과해 7월 21일부터 효력을 냈고, 조달 우대 혜택은 8월부터 시작됐다.
EU는 왜 8월 2일이 중요한가
EU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법(AI Act)을 단계적으로 시행 중인데, 8월 2일부터 투명성 의무가 본격 발효됐다. 핵심은 이용자가 'AI와 대화하고 있다'거나 '이 콘텐츠는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 권리다. 구체적으로는 챗봇이 사람이 아님을 고지하고, AI가 생성·조작한 이미지나 영상에 그 사실을 표시하도록 요구한다.
여기에 더해 EU AI 감독기구가 실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집행 권한이 함께 발동됐다. 다만 위험이 큰 분야(이른바 고위험 AI, 채용·의료·금융 심사처럼 사람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용도)에 대한 규제는 기업들의 준비 부담을 고려해 2027~2028년으로 미뤄졌다. 규칙은 강하게 세우되 적용 속도는 현실과 타협한 모양새다. 오는 12월에는 동의 없는 성적 합성물(딥페이크)과 아동 성착취물을 만드는 AI를 금지하는 조항도 발효된다.
그래서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 두 움직임의 공통 메시지는 분명하다. AI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그럴듯한 콘텐츠'를 쏟아내는 시대에, 최소한 '이건 AI가 만든 것'이라는 꼬리표는 달자는 것이다. 딥페이크와 AI 사기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 표시 의무는 이용자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선이다.
동시에 한국의 접근에는 '규제'와 '육성'이 한 몸으로 붙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확인 제도와 조달 가점은 규제라기보다 산업 진흥에 가깝다. 유럽이 이용자 권리 보호에 무게를 싣는다면, 한국은 자국 AI 산업을 정부가 마중물로 키우려는 색채가 짙다. 이 차이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런 차이는 우연이 아니다. 이미 강력한 빅테크를 규제 대상으로 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아직 키워야 할 자국 AI 산업이 있다. 규제의 형태가 그 나라의 산업 위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셈이다. 다만 육성과 규제를 한꺼번에 담다 보면 '누구를 보호하려는 법인가'가 흐려질 위험도 있다. 이용자 보호라는 규제 본연의 목적이 산업 진흥 논리에 밀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일이 남은 과제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규칙은 세워졌지만 진짜 문제는 집행이다. AI 콘텐츠 표시 의무가 실제로 지켜지는지, 위반 시 제재가 이뤄지는지가 관건이다. 국내에서는 확인 제도를 받은 제품이 실제 공공조달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 그 혜택이 소수 대기업에 쏠리지 않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규제의 성패는 법 조문이 아니라 시행 6개월 뒤의 실제 현장에서 갈린다. 여러분은 AI가 만든 콘텐츠에 '표시'가 붙는 변화를 환영하는지, 아니면 과한 규제로 느끼는지 의견이 궁금하다.